본문 바로가기

공무원 8년 퇴사 3년차 현실적으로 후회하나?

골드비 2024. 6. 4.

 

공무원을 8년정도 다니고 퇴사한지 벌써 3년이 흘렀다.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몇 년을 고민하고 결정했지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퇴사이유와 현실, 퇴사를 후회하는지에 대해서 적어봤다.

퇴사이유

돌이켜보면 나의 이십대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투쟁이었고

삼십대는 내가 얻은 것들이, 그리고 앞으로 얻고 싶어하는 것들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는 시기였다.

 

사람들의 인정, 안정적인 직장, 사회적 지위, 승진, 결혼, 가정, 아기, 인간관계, 아파트, 좋은 자동차,

내가 꼭 갖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

내가 진짜 갖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회에서 저런 것들이 좋은거라고,
어릴때부터 속삭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과감히 버렸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

 

 

꽤나 유명한 말이다.

김어준 총수의 "건투를 빈다"는 책에서 처음 읽었던 문장으로 기억한다.
책도 재밌었고 저 문장도 꽤나 인상이 깊었는지 기억이 난다.

철학자의 말을 철학을 모르는 사람이 단편적인 문장만 보고 해석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지만 저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누군가와 퇴사전에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데 그 사람이,

회사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
그런 삶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다.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무심결에 뱉은 말일 거다.

 

이사람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사실 모두가 이런 안경을 쓰고 있다.
의식하지 못할 뿐이거나, 예의에 어긋날까봐 내뱉지 않는 것 뿐이지.

 

 

그런데 국가만 달라져도, 심지어 같은 국가여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괜찮은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괜찮은 삶이라는 정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달랐다.

 

그래서 이런 말은 실체가 없었다.

결국 삶은 모두 다르다. 정답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내 퇴사이유는 간단했다.

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을 뿐이었다.

내가 갖고 싶은 가장 큰 욕망 중 하나는 자유였다.

현실

퇴사하고 현실이 냉정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맞다. 그랬다.

나처럼 이십대 내내 공부만 하고,
삼십대에는 공무원으로 안정적으로 일해왔던 사람에게 현실은 꽤나 혹독했다.

 

나는 어디에 다시 취업을 해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 던지라 온라인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퇴사전부터 몇년간 몰래 해왔고 약간의 성과가 나왔었는데,
그래서 잘되겠지 싶어 정작 전업으로 하니까 성장도 더디고 지루했다.

 

생각보다 돈도 별로 안되었다.

 

 

돈이 쉽게 모이지 않으니 모자라는 돈은 배달을 하거나,
친구가 하는 가게에 가서 몸 쓰는 알바를 했는데 친구가 그랬다.

 

"너 진짜 일을 더럽게 못하는구나"

 

 

그렇다. 나는 똥손이여서 몸 쓰는 일을 원래 잘 못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나왔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육체노동을 하는 게 솔직히 괴롭기도 했다.

퇴사해서 후회하는지 묻는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본인 생각이 확고하지 않았다면,

뻔한 얘기지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본다.
프리랜서나 사업가 , 투자자가 맞는 사람이 있고 직장인이 맞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어떤 성향인지에 대한 확실하고 솔직한 인식이 필요하다. 

생계에 대한 준비가 확실하지 않다면,

사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안정성도 추구하지만 한편으로 도전정신도 누구나 있다.
그럼에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생계가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내가 생계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도 없이 퇴사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본인이 사회적 성향이 강하다면,

이것도 옳은 건 없다.
서로 다를 뿐이다.
외향적이고 사회활동과 타인과의 유대에서 만족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회사를 나와 혼자 일하면 내가 직원을 뽑아 대표가 되지 않는 한 혼자 하루 종일 일한다.
사회적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들 일이 될 것이다.

이 세가지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인다.

마치며

퇴사하고 돈을 많이 벌고 있지도 않고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이 든든한 파이프라인이 될지 확실하지도 않다.

그래서 자유롭냐고 물으면 그것도 의문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난 노트북 하나 들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삶이 좋은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