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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다시보기 및 논란 후기

골드비 2024. 6. 4.

개인적으로 대하사극이나 역사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주몽도 그렇고 태조왕건이나 대조영 , 불멸의 이순신 등의 작품은 내용을 다 알면서도 또 보게되죠.

 

이번에 고려거란전쟁 역시 오랜만의 대하사극이라 관심이 가서 시청했습니다.
고려사는 특히 조선과 달리 자세히 아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더 흥미가 갔죠

아마도 제 기억이 맞다면 강감찬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부족해서 지루하더군요.

게다가 강감찬은 사실 양규 같은 순수 무관이 아닌 문관 출신입니다.

현종은 고려초기 어려운 시기에 정치 외교와 내정을 잘했던 고려 최고의 성군이죠.

 

그래서 전쟁씬과 더불어 강감찬과 현종의 왕좌의 게임같은
치밀한 정치 외교를 벌이는 사극을 기대했는데
극 전개나 대사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할만큼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16화 이후부터 종결까지는  배가 산으로 가는 전형적인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려거란전쟁 등장인물

사극은 배우들도 꺼리기로 유명합니다. 자칫 발연기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캐스팅도 애를 먹는다고 하죠.

강감찬(최수종) :

무난한 캐스팅이 아닐까 합니다. 대하드라마 최다 주연을 맡으신만큼 안전하죠.
역시나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를 보여주는데
한계는 또 시청자들이 딱 그만큼만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종(김동준) :

저는 처음보는 배우였는데 제국의 아이들이라는 가수 출신 배우라고 합니다. 배우는 나름대로 열연을 하는데 캐릭터가 점점 붕괴되는 수준이라 고집불통 발암 캐릭터가 된 행보 때문에 시청자들에게서 묘호인 현종과,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일컫는 신조어 '금쪽이'를 합쳐 현쪽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죠..

그리고 이건 정말 개인적인 감상인데 배우님이 도시적이고 샤프한 인상이라 사극쪽은 조금 어색한게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어요.

양규(지승현 ):

영화 바람에서의 김정완 역할로 큰 인상을 남겼던 배우입니다. 눈빛이 좋은 배우죠. 태양의 후예에서 유명해졌고 최악의 악에도 출연했습니다. 역할도 잘 어울렸고 개인적으로 이 고려거란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연기18년만에 수상을 했다고 합니다.

원정황후(이시아) :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유튜브에 스타 잘하는 여신으로 유명하죠 ㅎㅎ
사극은 처음이라는데 준수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밖에 사극인만큼 굉장히 많은 배우진이 출연하는데
한국 배우진들이 가끔 논란은 있어도 대개 그렇듯이 훌륭하게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평면적인 캐릭터겠죠.

고려거란전쟁 전쟁씬

준수했던 초반씬

일단 제목이 고려거란"전쟁"입니다. 전쟁씬이 주요장면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제작진도 역시 첫화부터 전쟁씬을 보여주며 힘을 주었습니다.

1화 첫 장면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귀주대첩이었습니다.

전쟁 영화수준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전쟁씬을 보여줬습니다.

5화부터 시작된 홍화진 전투 역시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약간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있었죠.

6화 역시도 전쟁의 참혹함과 우리 백성을 죽여야 하는 처절함을 나름 잘 나타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고려궐안전쟁 서북면산악회의 굴욕

7회에서 다뤄진 통주 전투 연출부터 허술해지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초반의 주인공에 가까웠던 강조가 대사 몇마디 하고
장면이 넘어가면서 손쉽게 잡혀서 처형당합니다.
고려궐안전쟁이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15화부터는 퇴각하는 거란군을 맞아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가 6차례 기습을 벌여 적을 섬멸하고 포로 3만 명을 구해내는 전투인데 포로가 고작 십여명만 보입니다.
이때문에 서북면산악회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었습니다.

20년전 주몽때부터 이랬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제작비를 쏟아붓고 뒤로 갈수록 허술해 집니다. 그래서 고려궐안전쟁, 서북면 산악회라는 굴욕적인 별명이 붙었습니다. KBS 스스로 스케일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평면적인 캐릭터

전반적인 대사와 캐릭터성이 너무 질이 좋지 못합니다 .
초반에는 그래도 그럭저럭 넘어가는 수준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처참해집니다.

이건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의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폭군 거란성종

거란 성종은 성군이라 평가받는 인물이고 당시 거란의 요나라는 중국을 지배한 대국가였죠.
그런 거란을 단지 야만적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로 그리고 잔인하고 성정이 불같은 악당으로 묘사합니다.
이런식의 천편일륜적인 선악구도는 오히려 드라마를 식상하게 합니다.

평면적인 강감찬

강감찬 역시도 문제죠. 처음부터 너무 강감찬을 띄워주었습니다.
혼자만 다른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반대해 나가는 대쪽같은 인물로 그렸습니다.
다만 정치와 외교라는게 한명이 대쪽같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는게 문제죠.


치열한 대립과 음모, 상대방과의 협상, 이런 것들이 묘사되어야 하는데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이라
그런 맛이 전혀 없어 지루하기만 합니다.


드라마 제목이 강감찬이 아니라 고려거란전쟁이라면 다른 이들의 비중도 챙기면서 치밀하게 전개해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너지는 현종

현종 캐릭터 역시 초반부터 불안하더니 후반부터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징징이 캐릭터이다가 후반들어서는 갑자기 급발진을 합니다.


백성을 걱정하는 건 좋은데 감성적으로 걱정만 하는 장면만 계속 있다보니 과연 현명한 군주였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캐릭터성이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현종의 성장과정을 잘 그렸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별로 좋지 못했어요.
이 역시 강감찬을 현종의 스승 비슷한 역할로 추켜세우려다 보니까 발생하는 부작용 같더군요.


원작자가 드라마를 보고선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고 평가할 정도로 캐릭터 붕괴가 심합니다.

대하사극인가 역사 판타지인가.

고려초기를 다룬 역사 서적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단 두 권뿐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공백 부분은 제작진의 창작의 영역이죠. 다만 창조적인 영역이라는 것과 역사왜곡은 다른 문제입니다.

강감찬 왜곡

강감찬은 2차침공 당시 별다른 활약을 한 기록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차 침공 당시 거란에 사신으로 가 목숨을 걸고, 왕을 설득해 피신시키고, 왕으로 위장해 적을 기만하고, 갑자기 서경에 나타나 거란의 거짓정보 유포를 막아내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모진 고문까지 당합니다.

이정도 나라를 위하는 캐릭터인데 갑자기 또 20회에서는 강감찬이 호족 비밀 회합에서 황제를 모욕하는 호족들의 언사를 견디지 못하고 분노해서 정론을 말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그전까지 나라를 위해 모진 위기를 견디던 캐릭터가 갑자기 발작을 하죠.

전부다 역사적 사실이 없는 허구입니다.

강감찬 캐릭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 이 강감찬마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며 붕괴됩니다.

발암의 현종

역사에는 별다른 반발이 언급되지 않은 지방제도 정비 과정이 극한 대립으로 묘사됩니다.


실제론 지방호족은 물론 절도사의 횡포에도 당했던 현종이 드라마에선 절도사와 연대해 지방호족과 극한 대립을 하죠.
역사에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지방제도 정비가 이미 전대 왕들부터 이어져 왔던 일이었고 현종에 완성에 이른 것인데 극한 대립을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죠.


현종이 분노하며 말을 달리다 낙마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인데
도대체 왜 이런장면을 넣었는지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갑니다.

실제 현종에 대한 고려사절요의 기록입니다.

“오랑캐와 화친하여 우호를 맺음으로써 전쟁을 멈추고 문(文)을 닦았으며, 부세를 감면하고 요역을 가볍게 하였고, 뛰어나면서 어진 자들을 등용하고 숭상하여 정사를 닦음에 있어 공평하였다. 안팎이 이에 평안하였고 농상(農桑)이 언제나 풍요로웠으니, 가히 중흥을 이룬 군주라고 할 만하다.”(고려사절요)

이럴거였으면 대하사극이 아니라 처음부터 역사 판타지로 홍보했어야 합니다.

역사 판타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판타지의 중요한 요소중 한가지는 개연성이죠.

개연성 없이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 가면 반발과 항의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려거란전쟁 다시보기

고려거란전쟁은 현재 KBS넷플릭스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kbs 고려거란전쟁 보러가기

 

고려 거란 전쟁 - KBS

고려거란 토크대첩

vo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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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고려거란전쟁 보러가기

 

고려 거란 전쟁 | 넷플릭스

11세기, 고려의 젊은 국왕과 노련한 장군이 민중을 이끌고 거란 제국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

www.netflix.com

 

 

무료 다시보기 사이트는 구글 검색 몇번으로도 금방 아실 수 있으므로

제가 여기서 따로 언급하지는 안겠습니다.

 

마치며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드라마였네요.

시청률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최수종이라는 사극의 대배우가 나왔다는 점,
강감찬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였다는 점과 kbs가 작심하고 만든 대하사극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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